2008년 03월 12일
2. 피를 토해내며 소리쳐, 그 것이..
RNP :: 피를 토해내며 소리쳐, 그 것이..
"..스승님.."
"뜻을 이룬 소감이 어때?"
차가운 음색이 차가운 홀을 울린다. 소년의 가슴에 영국인 특유의 날카로운 억양이 파고든다. 소년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소년의 시야를 아무런 무늬도, 장식도 없는 순백의 스니커가 지배한다.
빠악,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소년의 몸이 대리석 바닥을 나뒹군다. 소년을 걷어찬 소년의 스승은 발 끝을 바닥에 눌러 발목을 풀기 시작한다. 발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몇 번 찍어본 스승이 소년에게로 천천히 다가가지만, 소년은 외려 고개를 세운다. 맞은 부위를 감싸지도 않는다. 코피가 소년의 부르튼 입술을 타고 흘러내린다. 소년의 스승은 무릎을 들어 발바닥으로 소년의 머리를 가볍게 밟고는 머리를 쓰다듬듯이 발로 머리를 비비낟. 소년의 머리가 대리석 바닥에 내리꽂히며 꽈앙! 하는 굉음을 낸다. 소년의 뺨을 대리석의 한기가 어루만진다. 그대로 밟았더라면 턱이 깨졌을 터인데, 실수인 것일까. 배려인 것일까.
소년의 옆얼굴을 가볍게 누르던 스니커가 사라지자, 소년은 다시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고 앉아 스승의 스니커를 바라본다. 스승의 스니커가 솟구쳐 소년의 턱아래를 가격한다. 타격에 의한 반동으로 소년의 무릎이 들린다. 새하얀 장갑을 낀 차가운 손이 떠오른 소년의 양 뺨을 붙든다. 아니, 가볍게 감싸안는다. 차가운 손에서 주홍빛의 불꽃이 피어올라 소년의 몸 속 깊은 곳의 한기를 없애나간다. 두 손 끝은 어느새 팔이 되어 소년의 얼굴을 끌어안는다. 소년의 얼굴이 스승의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 가슴에 파묻힌다. 소년은 그 따스한 가슴에 얼굴을 부빈다.
소년의 스승은 여성이었다.
스승은 감싸안은 두 손으로 소년의 머리와 뺨을 쓰다듬는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소년을 안아주던 스승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일곱명의 사내. 새하얀 성의가 찢어질 듯 부풀어오른 근육의 소유자는 교황청에 몇 되지 않는다. 그것도 성은으로 만든 몽둥이까지 들고다닐 사람들이라면, 그 정체는 뻔한 것.
"멍청이들."
스승은 소년의 머리를 누르듯이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년은 기대던 스승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중심을 잃고 엉망진창인 얼굴을 바닥에 부딪힌다. 그런 소년을 어이없는 눈초리로 내려다본 스승은 손을 들어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짜증이 역력한 표정으로 청바지의 왼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문 스승은 눈을 가늘게 뜨며 험악한 방문자들을 바라본다.
불도 붙이지 않았지만, 어느새 담배의 끝에는 주홍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보통의 담뱃불이라면 불꽃이 생기지는 않아야 정상이지만, 스승의 담배끝에선 촛불처럼 주홍의 불꽃이 어른거린다. 스승은 무스탕의 두 번째 단추만을 끼워 가슴을 가린 뒤 허리춤에 오른손을 얹고, 왼손을 늘어트린다.
쾅, 쾅, 콰앙-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선두의 두 남자가 달려온다. 성은으로 만들어진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는 두 남자를 바라보던 스승은 허리에 얹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담배를 쥐며 길게 연기를 뿜는다. 뿌연 담배연기 속에서 진홍의 아지랑이가 어른거린다.
빠직, 뼈가 으스러지는 격타음과 함께 우측에서부터 달려나오던 남자의 무릎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진다. 스승의 레프트 훅이 보이기나 했을까. 좌측에서 달려오던 사내는 스승의 레프트 백핸드 블로우에 턱을 가격당하며 눈이 풀린 채 주저 앉는다. 스승은 무표정으로 담배를 물며 뒤쪽의 사내들을 바라본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괴성을 지르며 다섯명의 사내가 쇄도한다. 스승은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덕킹으로 피하며 사내에게로 파고들어 짧은 어퍼컷으로 사내의 턱을 가격한다. 세명의 사내가 순식간에 당한 것을 인지한 듯, 남은 네명의 사내들은 스승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사인의 연수합격! 몸은 네 개지만 마음은 하나인 듯, 네명의 움직임이 정교한 퍼즐처럼 펼쳐진다. 스승은 좌측에서부터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자세를 낮춰 피한 뒤, 후방에서 찔러오는 몽둥이를 왼손으로 빗겨내어 우측에서 날아오는 몽둥이를 막는다. 정면의 사내에게 빠른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리지만 사내는 고개를 틀어 스승의 주먹을 피해낸다. 스승의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진다. 정면의 사내에게 다시 한번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리자 사내는 득의의 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틀어 똑같이 피해낸다. 그리고 오른 발을 내딛은 스승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그 얼굴에 작렬한다.
"쿨럭."
부러진 이가 섞인 피를 토해내며 사내가 무너진다. 남은 것은 셋. 세명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스승은 턱을 들어 거만하게 그 작당을 보아준다. 강자의 여유이리라. 두명의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스승에게로 달려든다. 내리치고, 휘두르는 몽둥이들을 피해내는 스승의 눈에 남은 한 사내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자신의 제자에게로 달려가는 남자. 스승의 담배에 매달린 불꽃의 색이 짙어진다.
"Fuck!"
스승의 오른 무릎이 들어올려진다. 마치 무거운 추를 드는 듯, 중력이 그 발을 강력하게 잡아끄는 듯한 무게감이 그 발 끝에 느껴진다. 그리고 그 최초의 희생양은 제일먼저 그 위험함을 눈치 챈 정면의 사내였다.
퍼억. 의외로 가벼운 옆차기가 사내의 명치에 틀어박힌다. 스승의 담배가 폭발한다.
쾅, 쾅, 쾅, 콰아아아아앙!
정신없는 폭음이 홀을 진동한다. 진홍의 불꽃이 사내의 뒤쪽으로 끝없이 폭발해나가며 그 뒤의 사내를 휩쓸고, 소년을 덮치려던 사내ㅣ마저 휩쓸어버린다. 불꽃이 사라진 자리엔 폭격을 맞은 듯 엉망이 되어있는 대리석 바닥과 스승, 그리고 소년 뿐. 내질렀던 다리를 천천히 접어 내린 스승은 소년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왼손으로 소년의 턱을 들어올리고, 오른 손이 높이 올라간다. 소년의 눈이 질끈 감긴다.
톡.
소년의 뺨에 스승의 차가운 오른손이 가볍게 얹어진다. 스승은 말없이 소년의 머리를 버팀목 삼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어가며 입에 문 담배의 필터를 뱉는다. 소년도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 천천히 걸어가던 스승의 걸음이 멈추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고개만 돌려 뒤를 바라본다. 날개뼈에 이르는 적갈색의 굵은 웨이브가 출렁인다. 소년의 호박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소년은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자신의 스승에게로 달려간다. 스승은 소년이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것을 보자 고개를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소년이 늘 그랫듯, 스승보다 한걸음 앞서 걷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스승은 오른 발을 절룩이며 걷기 시작했다. 티나지 않게.
"침입자다!"
"늦어."
소리친 남자의 머리가 벽에 쳐박힌다. 선혈의 붓질이 새하얀 복도의 벽을 물들인다. 주홍불꽃이 어른대는 담배를 문 스승은 긴장감 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두 번째 남자의 머리를 반대쪽 벽에 쳐박아버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복도를 가로막아선 남자들을 바라본다. 새하얀 성의를 입은 열명의 남자. 그리고 그 손에 들린 제식소총.
타다다다다다-
날카로운 발포음이 복도를 찢는다. 지독한 화약냄새와 포연속에서 사내들은 화려한 무스탕의 여성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위에 있으니까.
툭,
스승은 사격이 시작되던 순간 소년을 왼손으로 끌어 안은 채 복도벽을 타고 달렸다. 액션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움직임으로 복도를 타넘어 천장을 밟은 스승은 무스탕의 안쪽, 우측 등허리께에서 수류탄을 꺼내어 무리속에 던져넣고는 그대로 천장을 차고 공중곡예를 하듯 건너편으로 몸을 날린다. 스승이 공중에서 뭄을 뒤집는 순간, 그녀의 등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나 사내들을 덮친다. 스승은 그 폭발의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날려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한 뒤 무릎을 땅에 대며 착지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폭발의 잔해를 바라보던 스승은 안고있던 소년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기지만, 두어걸음 걷지 않고 자리에 멈춘다.
"....."
좌우로 나뉜 갈림길. 스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힘을 주어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소년을 잠시 내려다 본 뒤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담배를 쥐며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젓는다. 담배를 문 스승은 뒤로 돌아가 박살난 제식소총의 총열을 하나 집어온다. 의아해하는 소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스승은 자신의 발 앞에 총열을 세운다.
깡-
쇠로된 총열이 대리석 복도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다. 쓰러진 총열을 바라보던 스승은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년은 땅에 나뒹구는 총열을 힐끔, 쳐다보며 스승의 뒤를 따른다. 총열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년과 스승은 복도의 끝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복도는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두 번을 돌고, 한 개의 층계를 올랐다.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복도를 걷는다. 스승은 여전히 소년의 뒤에서 걷고 있었고, 소년은 앞을 주시하며 조심스레 걷고 있었다. 순간,
꽈앙!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한명의 사내가 뛰어내렸다. 터질듯한 순백의 성의, 성은으로 된 몽둥이. 교황청을 수호하는 열한명의 사도 중 일인이 또다시 나타났다. 사내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이를 드러내어 히죽 웃는다. 소년이 몸을 낮추고, 스승은 좌측의 벽을 차 소년을 뛰어넘어 사내의 얼굴을 공중에서 걷어찬다. 격한 타격음과 함께 사내의 얼굴이 반대편의 벽을 으스러트리며 쳐박힌다. 사내를 가격한 왼발의 발목을 풀어준 스승의 미간이 찌푸려지낟. 뒤쪽의 층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둘, 최소한 다섯 이상. 반대쪽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스승의 미간이 한층 더 찌푸려진다. 좁은 복도의 양 끝 가득 메운 백색 성의의 사내들. 그 손엔 성스러운 황금빛으로 빛나는 황금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히야아아아아앗- 하!"
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단도를 앞세운 무리들이 좌우에서 달려오기 시작한다. 몸을 생각하지 않는, 동귀어진의 공격. 좁은 복도의 양쪽에서 쇄도하는 광신도의 황금빛 단도는 그 무엇보다도 우울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승은 자신의 뒤쪽에 서있는 소년의 머리를 강하게 눌러 소년을 엎드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무스탕 안쪽의 등허리에 넣어 검은색의 깡통을 꺼내어 천장을 향해 던졌다. 팍, 하는 소리와 함꼐 새하얀 섬광이 복도를 뒤덮은 순간, 캉, 캉, 하고 거친 단발의 총성과 탕, 탕하는 비교적 작은 총성이 교차한다. 눈을 감은 채 없드린 소년의 귀에 텅- 하는 탄피의 낙하음이 들려온다. 눈앞의 빛이 사라지자 소년은 눈을 떠 주위를 살핀다. 소년의 스승은 고개를 저으며 왼손에 쥔 토카레프를 허리춤에 찔러넣고, 오른손에 쥔 델린져를 소매로 집어넣는다. 복도의 앞뒤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사내는 어림잡아 십여 명 가량. 소년은 스승에 대한 경외심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스승의 앞에 선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으리라.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까득, 하는 소년의 이빨소리가 들렸는지, 스승은 소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기만 했다.
"..후우."
거침없는 스승의 행보를 멈추게 한 건, 그녀의 가장 큰 적.
갈림길이었다. 그것도, 세갈래의.
"..스승님.."
"뜻을 이룬 소감이 어때?"
차가운 음색이 차가운 홀을 울린다. 소년의 가슴에 영국인 특유의 날카로운 억양이 파고든다. 소년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소년의 시야를 아무런 무늬도, 장식도 없는 순백의 스니커가 지배한다.
빠악,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소년의 몸이 대리석 바닥을 나뒹군다. 소년을 걷어찬 소년의 스승은 발 끝을 바닥에 눌러 발목을 풀기 시작한다. 발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몇 번 찍어본 스승이 소년에게로 천천히 다가가지만, 소년은 외려 고개를 세운다. 맞은 부위를 감싸지도 않는다. 코피가 소년의 부르튼 입술을 타고 흘러내린다. 소년의 스승은 무릎을 들어 발바닥으로 소년의 머리를 가볍게 밟고는 머리를 쓰다듬듯이 발로 머리를 비비낟. 소년의 머리가 대리석 바닥에 내리꽂히며 꽈앙! 하는 굉음을 낸다. 소년의 뺨을 대리석의 한기가 어루만진다. 그대로 밟았더라면 턱이 깨졌을 터인데, 실수인 것일까. 배려인 것일까.
소년의 옆얼굴을 가볍게 누르던 스니커가 사라지자, 소년은 다시 자세를 고쳐 무릎을 꿇고 앉아 스승의 스니커를 바라본다. 스승의 스니커가 솟구쳐 소년의 턱아래를 가격한다. 타격에 의한 반동으로 소년의 무릎이 들린다. 새하얀 장갑을 낀 차가운 손이 떠오른 소년의 양 뺨을 붙든다. 아니, 가볍게 감싸안는다. 차가운 손에서 주홍빛의 불꽃이 피어올라 소년의 몸 속 깊은 곳의 한기를 없애나간다. 두 손 끝은 어느새 팔이 되어 소년의 얼굴을 끌어안는다. 소년의 얼굴이 스승의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맨 가슴에 파묻힌다. 소년은 그 따스한 가슴에 얼굴을 부빈다.
소년의 스승은 여성이었다.
스승은 감싸안은 두 손으로 소년의 머리와 뺨을 쓰다듬는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소년을 안아주던 스승은 문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일곱명의 사내. 새하얀 성의가 찢어질 듯 부풀어오른 근육의 소유자는 교황청에 몇 되지 않는다. 그것도 성은으로 만든 몽둥이까지 들고다닐 사람들이라면, 그 정체는 뻔한 것.
"멍청이들."
스승은 소년의 머리를 누르듯이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년은 기대던 스승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중심을 잃고 엉망진창인 얼굴을 바닥에 부딪힌다. 그런 소년을 어이없는 눈초리로 내려다본 스승은 손을 들어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짜증이 역력한 표정으로 청바지의 왼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문 스승은 눈을 가늘게 뜨며 험악한 방문자들을 바라본다.
불도 붙이지 않았지만, 어느새 담배의 끝에는 주홍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보통의 담뱃불이라면 불꽃이 생기지는 않아야 정상이지만, 스승의 담배끝에선 촛불처럼 주홍의 불꽃이 어른거린다. 스승은 무스탕의 두 번째 단추만을 끼워 가슴을 가린 뒤 허리춤에 오른손을 얹고, 왼손을 늘어트린다.
쾅, 쾅, 콰앙-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선두의 두 남자가 달려온다. 성은으로 만들어진 몽둥이를 들고 달려오는 두 남자를 바라보던 스승은 허리에 얹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담배를 쥐며 길게 연기를 뿜는다. 뿌연 담배연기 속에서 진홍의 아지랑이가 어른거린다.
빠직, 뼈가 으스러지는 격타음과 함께 우측에서부터 달려나오던 남자의 무릎이 그 자리에서 허물어진다. 스승의 레프트 훅이 보이기나 했을까. 좌측에서 달려오던 사내는 스승의 레프트 백핸드 블로우에 턱을 가격당하며 눈이 풀린 채 주저 앉는다. 스승은 무표정으로 담배를 물며 뒤쪽의 사내들을 바라본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괴성을 지르며 다섯명의 사내가 쇄도한다. 스승은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덕킹으로 피하며 사내에게로 파고들어 짧은 어퍼컷으로 사내의 턱을 가격한다. 세명의 사내가 순식간에 당한 것을 인지한 듯, 남은 네명의 사내들은 스승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사인의 연수합격! 몸은 네 개지만 마음은 하나인 듯, 네명의 움직임이 정교한 퍼즐처럼 펼쳐진다. 스승은 좌측에서부터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자세를 낮춰 피한 뒤, 후방에서 찔러오는 몽둥이를 왼손으로 빗겨내어 우측에서 날아오는 몽둥이를 막는다. 정면의 사내에게 빠른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리지만 사내는 고개를 틀어 스승의 주먹을 피해낸다. 스승의 미간이 가볍게 찌푸려진다. 정면의 사내에게 다시 한번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날리자 사내는 득의의 웃음을 날리며 고개를 틀어 똑같이 피해낸다. 그리고 오른 발을 내딛은 스승의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그 얼굴에 작렬한다.
"쿨럭."
부러진 이가 섞인 피를 토해내며 사내가 무너진다. 남은 것은 셋. 세명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스승은 턱을 들어 거만하게 그 작당을 보아준다. 강자의 여유이리라. 두명의 사내가 괴성을 지르며 스승에게로 달려든다. 내리치고, 휘두르는 몽둥이들을 피해내는 스승의 눈에 남은 한 사내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자신의 제자에게로 달려가는 남자. 스승의 담배에 매달린 불꽃의 색이 짙어진다.
"Fuck!"
스승의 오른 무릎이 들어올려진다. 마치 무거운 추를 드는 듯, 중력이 그 발을 강력하게 잡아끄는 듯한 무게감이 그 발 끝에 느껴진다. 그리고 그 최초의 희생양은 제일먼저 그 위험함을 눈치 챈 정면의 사내였다.
퍼억. 의외로 가벼운 옆차기가 사내의 명치에 틀어박힌다. 스승의 담배가 폭발한다.
쾅, 쾅, 쾅, 콰아아아아앙!
정신없는 폭음이 홀을 진동한다. 진홍의 불꽃이 사내의 뒤쪽으로 끝없이 폭발해나가며 그 뒤의 사내를 휩쓸고, 소년을 덮치려던 사내ㅣ마저 휩쓸어버린다. 불꽃이 사라진 자리엔 폭격을 맞은 듯 엉망이 되어있는 대리석 바닥과 스승, 그리고 소년 뿐. 내질렀던 다리를 천천히 접어 내린 스승은 소년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왼손으로 소년의 턱을 들어올리고, 오른 손이 높이 올라간다. 소년의 눈이 질끈 감긴다.
톡.
소년의 뺨에 스승의 차가운 오른손이 가볍게 얹어진다. 스승은 말없이 소년의 머리를 버팀목 삼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어가며 입에 문 담배의 필터를 뱉는다. 소년도 말없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한다. 천천히 걸어가던 스승의 걸음이 멈추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고개만 돌려 뒤를 바라본다. 날개뼈에 이르는 적갈색의 굵은 웨이브가 출렁인다. 소년의 호박색 눈동자가 반짝였다. 소년은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자신의 스승에게로 달려간다. 스승은 소년이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것을 보자 고개를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소년이 늘 그랫듯, 스승보다 한걸음 앞서 걷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스승은 오른 발을 절룩이며 걷기 시작했다. 티나지 않게.
"침입자다!"
"늦어."
소리친 남자의 머리가 벽에 쳐박힌다. 선혈의 붓질이 새하얀 복도의 벽을 물들인다. 주홍불꽃이 어른대는 담배를 문 스승은 긴장감 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두 번째 남자의 머리를 반대쪽 벽에 쳐박아버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복도를 가로막아선 남자들을 바라본다. 새하얀 성의를 입은 열명의 남자. 그리고 그 손에 들린 제식소총.
타다다다다다-
날카로운 발포음이 복도를 찢는다. 지독한 화약냄새와 포연속에서 사내들은 화려한 무스탕의 여성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위에 있으니까.
툭,
스승은 사격이 시작되던 순간 소년을 왼손으로 끌어 안은 채 복도벽을 타고 달렸다. 액션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움직임으로 복도를 타넘어 천장을 밟은 스승은 무스탕의 안쪽, 우측 등허리께에서 수류탄을 꺼내어 무리속에 던져넣고는 그대로 천장을 차고 공중곡예를 하듯 건너편으로 몸을 날린다. 스승이 공중에서 뭄을 뒤집는 순간, 그녀의 등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나 사내들을 덮친다. 스승은 그 폭발의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날려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한 뒤 무릎을 땅에 대며 착지한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폭발의 잔해를 바라보던 스승은 안고있던 소년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기지만, 두어걸음 걷지 않고 자리에 멈춘다.
"....."
좌우로 나뉜 갈림길. 스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힘을 주어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소년을 잠시 내려다 본 뒤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담배를 쥐며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젓는다. 담배를 문 스승은 뒤로 돌아가 박살난 제식소총의 총열을 하나 집어온다. 의아해하는 소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스승은 자신의 발 앞에 총열을 세운다.
깡-
쇠로된 총열이 대리석 복도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다. 쓰러진 총열을 바라보던 스승은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년은 땅에 나뒹구는 총열을 힐끔, 쳐다보며 스승의 뒤를 따른다. 총열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소년과 스승은 복도의 끝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복도는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두 번을 돌고, 한 개의 층계를 올랐다.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복도를 걷는다. 스승은 여전히 소년의 뒤에서 걷고 있었고, 소년은 앞을 주시하며 조심스레 걷고 있었다. 순간,
꽈앙!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한명의 사내가 뛰어내렸다. 터질듯한 순백의 성의, 성은으로 된 몽둥이. 교황청을 수호하는 열한명의 사도 중 일인이 또다시 나타났다. 사내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이를 드러내어 히죽 웃는다. 소년이 몸을 낮추고, 스승은 좌측의 벽을 차 소년을 뛰어넘어 사내의 얼굴을 공중에서 걷어찬다. 격한 타격음과 함께 사내의 얼굴이 반대편의 벽을 으스러트리며 쳐박힌다. 사내를 가격한 왼발의 발목을 풀어준 스승의 미간이 찌푸려지낟. 뒤쪽의 층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하나, 둘, 최소한 다섯 이상. 반대쪽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스승의 미간이 한층 더 찌푸려진다. 좁은 복도의 양 끝 가득 메운 백색 성의의 사내들. 그 손엔 성스러운 황금빛으로 빛나는 황금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히야아아아아앗- 하!"
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단도를 앞세운 무리들이 좌우에서 달려오기 시작한다. 몸을 생각하지 않는, 동귀어진의 공격. 좁은 복도의 양쪽에서 쇄도하는 광신도의 황금빛 단도는 그 무엇보다도 우울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승은 자신의 뒤쪽에 서있는 소년의 머리를 강하게 눌러 소년을 엎드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무스탕 안쪽의 등허리에 넣어 검은색의 깡통을 꺼내어 천장을 향해 던졌다. 팍, 하는 소리와 함꼐 새하얀 섬광이 복도를 뒤덮은 순간, 캉, 캉, 하고 거친 단발의 총성과 탕, 탕하는 비교적 작은 총성이 교차한다. 눈을 감은 채 없드린 소년의 귀에 텅- 하는 탄피의 낙하음이 들려온다. 눈앞의 빛이 사라지자 소년은 눈을 떠 주위를 살핀다. 소년의 스승은 고개를 저으며 왼손에 쥔 토카레프를 허리춤에 찔러넣고, 오른손에 쥔 델린져를 소매로 집어넣는다. 복도의 앞뒤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사내는 어림잡아 십여 명 가량. 소년은 스승에 대한 경외심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스승의 앞에 선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으리라. 소년은 이를 악물었다. 까득, 하는 소년의 이빨소리가 들렸는지, 스승은 소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기만 했다.
"..후우."
거침없는 스승의 행보를 멈추게 한 건, 그녀의 가장 큰 적.
갈림길이었다. 그것도, 세갈래의.
# by | 2008/03/12 19:57 | :: RNP :: | 덧글(3)





급박한 부분에서 왠지 설명조의 어투라
약간 김새는 느낌은 있지만
좋아요~
재작년 11-12월 쯤에 썼었던 것 같네요. 요 것.
왠지 친숙했는데.. RNP에 있었군요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