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0일
논리모에 습작.
흐름은 논리 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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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 로리로리-
귀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벨 소리. 자연의 새 소리를 모방한 억지 기계음은 그 부족한 창의성만큼이나 몰개성하지만, 그로 인해 힘든 경제상황을 간신히 극복해나가는 중소기업의 직원들을 생각하면 한번 쯤은 눈감아 줄 수 있지-
라고 생각한 소녀는 눈을 부비며 상체를 일으킨다. 팔을 쭉 뻗으며 기지개를 편다. 양 팔을 쭉 뻗을때 관절 사이의 연골이 잡아당겨지는 기분이야말로 아침의 묘미야. 소녀는 스스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어정쩡한 길이의 머리를 뒤로 넘기곤 고개를 설레설레 털어낸다. 부스스해진 머리가 신경쓰일 법도 하지만, 소녀는 손을 더듬어 머리맡에 두었던 안경을 먼저 찾았다. 한손에 잡히지 않아 몇번을 더듬어야 안경을 찾을 수가 있었다. 안경을 쓰다 실수로 눈을 찌른 탓에 '꺅'하고 작게 놀랐지만 입가엔 미소가 걸린다. 안경에 눈을 찔리는 것 쯤야, 안경을 한번에 찾지 못하는 것 쯤은- 그리고 시끄럽게 울리는 어설픈 자명종 소리 따위도 웃어넘길 수 있었다. 오늘은 디- 데이.
"힘내자. 파이팅!"
스스로에게 파이팅! 을 외쳐주는 것이 냉철한 지성을 가진 소녀에겐 우스운 일이었는지, 피식 웃음이 걸린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
대 앞으로 걸어간다. 동그란 안경테 너머의 눈이 가득한 이지로 반짝인다. 그래. 힘내자. 오늘은 사회심리학, 군중심리의 분석에 있어서는 그 어떤 곳도 따라오지 못하는 A대학의 인문학부 면접일이니까. 물론 A대학의 인문학부가 아니더라도 면접일만큼은 기합을 넣어야지, 하고 생각을 고친다. 아무려면 어때 같은 투의 어줍잖은 사고방식으로는 탐욕스러운 이 세계에서 버텨나갈 수 없을테니까. 힘내자. 파이팅.
두갈래로 묶어내린 머리가 추위를 머금은 바람에 흔들리며 뺨을 간지럽힌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아침을 먹지 않았지만-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도 그 결정에 큰 역할을 했었지만 중요한건 지금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고 결론내린 소녀는 결심한 듯 인근의 편의점으로 발길을 향했다. 우유 하나 정도라면 괜찮을거야. 어차피 지하철에서 읽을 스도쿠책도 사야하고 말야.
부루퉁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점원을 - 면도하지 않은 턱을 보아선 점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외면한 채 가판대의 스도쿠책을 집어든 뒤 음료 진열대의 앞에 선 소녀는 안경을 고쳐썼다. 흰 우유와 바나나 우유. 그리고 딸기 우유. 딸기 우유가 가슴을 키워준 다는 것은 성장기의 소녀들 사이에서나 나도는 하찮은 소문에 불과하니 기각. 남은 것은 흰 우유와 바나나 우유다.
"이건, 제법 어려운데.."
흰 우유와 바나나 우유. 물론 영양을 생각하면 색소가 들어간 바나나 우유보다는 흰 우유다. 하지만 바나나 우유는 원래 하얗다 하지 않던가. 색소가 빠진 바나나 우유는 몸에 해로운 인공색소의 거부감이 해소되어있을 뿐더러 그 맛에 있어서는 동종의 다른 어떠한 제품들도 따라올 수 없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어 가히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리라.
"그치만.."
소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고민했다. 그리곤 결심한 듯 흰 우유를 집어든 후 점원을 - 아무리봐도 점장같지만 - 향해 걸어갔다. 작은 소녀는 카운터에 스도쿠책과 흰 우유를 무심하게 내려놓은 뒤 주머니 속의 지갑을 꺼내어들며 입을 열었다.
"2천 4백원인 것을 알고 있으니 가격을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 물론 바코드를 찍는건 허락할게요. 그건 당연한 절차니까요."
소녀는 싱긋 웃었다. 논리정연하다. 흠집없는 깔끔한 문장. 그리고 상대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였을 뿐더러 자신의 편리함을 극대화시키는 발언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발언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친 소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지만, 퉁명스러운 점원의 말에 미간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2천 5백원입니다."
"아, 어제는 분명 2천 4백원이었는데 말이죠?"
빠르게 받아치는 소녀의 말에 놀랄법도 하지만, 점원은 머리를 두어번 긁으면서 관심없다는 투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건 잘 모르겠고, 하여튼 2천 5백원입니다.'
소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점원을 노려보았지만, 이내 다 이해한다는 듯한 투로 고개를 끄덕이며 지갑을 꺼내어들었다.
"음, 이것은 오바마 당선 이후 전세계 증시 폭락과 연관이 있으니 어느정도 논리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뉴스에서 봤는데 낙농 농가가 많이 힘든 모양이던데- 제가 추가로 지불한 백원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군요."
"아 그건 아니고, 제가 계산을 잘못했네요."
소녀는 카운터에 천원짜리 지폐 두장과 동전 네개를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흰 우유와 스도쿠 책을 집어든 뒤 편의점 문을 거칠게 열어제끼며 걸어나갔다. "잘가쇼" 하는 점원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지만, 일개 편의점의 점원의 실수에 의해 무리하게 논리를 펼쳤고, 그 논리를 무시당한 듯한 지금의 기분으로는 그걸 받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문득 손에 들려있는 흰 우유에 시선이 간다.
"뭐. 딱히 돈이 모자라서 그런건 아니었으니까."
하얀색의 작은 스트로를 챙기지 못한게 실수였다고 생각하며 흰 우유 팩을 입에 물었다.
# by | 2008/11/10 23:10 | 메모지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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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계신가요?
살짝 고집스러운 스타일이라면 단발이 어울릴 것 같은데!
음 안경은 역시 포인트겠죠. 후훗.
이상 스바루였습니다. 로꾸옹님 :)
취미로 스도쿠를 한다는건 그만큼 자기 관리라던가 학업에 충실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성격은 다른사람에게 쉽게 흔들리는 타입이랄까.
물건을 살때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있다면 가격이 틀렸다는 말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짐작가네요.
캐릭터가 좋아요! 늉늉